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히 두 나라 사이의 무력 충돌을 넘어, 국제 정치와 자원, 그리고 각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생존 전략이 얽혀 있는 복잡한 게임이 됐다. 8월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트럼프와 푸틴의 회담은 그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휴전을 논의하는 자리에 당사자인 젤렌스키가 배제된 것은 푸틴의 의도였고, 트럼프는 이를 계기로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강조하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각 국가의 지도자가 얻으려는 것들을 살펴본다.
1. 푸틴의 목표: 돈바스와 러시아의 영향권 유지
푸틴 대통령이 집요하게 돈바스를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니다. 다섯 가지 차원의 목표가 있다.
안보적 완충지대: 나토의 동진을 막고 러시아 국경 근처에 서방 세력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다.
경제·산업적 가치: 돈바스는 석탄과 철강 등 중공업의 요지로 러시아 경제와 군수 산업에 중요한 자원 공급처가 된다.
역사적·민족적 명분: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내세우며 러시아 민족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약화: 돈바스를 분리하거나 통제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안정적으로 서방에 편입되는 것을 저지한다.
국내 정치 활용: ‘러시아 민족을 지켰다’는 메시지를 국내 여론에 강조하며 장기 집권 정당성을 강화한다.
즉, 돈바스는 푸틴에게 단순한 영토 이상의 의미를 지닌 전략적 요충지다.
2. 젤렌스키의 목표: 국가 생존과 서방 편입
젤렌스키 대통령의 목표는 단순한 전쟁 승리가 아니다. 그는 국가의 존재 자체를 지키고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설계하려 한다.
영토 보존과 주권 수호: 크림과 돈바스를 포함한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선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다.
서방 세계 속 자리매김: 나토 및 EU 가입을 통해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 유럽의 일원으로 자리 잡으려 한다.
국가 정체성 강화: 전쟁을 통해 우크라이나 민족 정체성과 독립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안보 보장과 재건 기반: 서방의 확실한 안보 보증과 전후 재건 지원을 확보하려 한다.
정치적 정당성 확보: 전쟁 성과를 통해 ‘독립을 지켜낸 지도자’로 역사적 위치를 얻으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푸틴의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3. 푸틴과 젤렌스키의 충돌
영토 문제: 푸틴은 분리·통제를, 젤렌스키는 회복을 원한다.
안보: 푸틴은 나토 차단을, 젤렌스키는 나토 편입을 추구한다.
정체성: 푸틴은 ‘하나의 민족’을, 젤렌스키는 ‘독립된 민족’을 강조한다.
경제적 미래: 푸틴은 자립, 젤렌스키는 서방과의 통합을 원한다.
정치적 위상: 두 사람 모두 ‘역사적 지도자’ 이미지를 원하지만 방향은 반대다.
이처럼 두 지도자의 목표는 양립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쟁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4. 트럼프의 개입과 이익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알래스카 회담을 통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이득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경제적 이익: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과 경제지원 조건으로 희토류 등 자원 접근 권리를 확보하려 한다. 이는 미국 기업과 방위산업체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온다.
정치적 이미지: ‘강력한 협상가’,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낼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해 국내 정치, 특히 대선 전략에 활용했다.
외교적 입지 강화: 푸틴과 단독 협상을 열어 미국이 외교적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는 미국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산업적 연결고리: 전쟁 장기화는 미국 방산업체에 수익을 안겨준다. 트럼프는 이를 미국 내 일자리와 경제 성장의 명분으로 포장할 수 있다.
트럼프의 개입은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젤렌스키는 배제되고, 푸틴은 원하는 조건을 일부 관철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세 지도자의 공통점: 정치적 생존
푸틴, 젤렌스키, 트럼프의 목표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국민들에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지도자’로 남고자 한다는 점이다.
푸틴은 러시아 민족주의를 강화하며 강력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한다.
젤렌스키는 독립을 지켜낸 영웅으로 남고자 한다.
트럼프는 전쟁 중재자로서 국제적 명성과 국내 정치적 입지를 동시에 노린다.
세 지도자 모두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역사적 유산을 위해 전쟁을 활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히 영토 문제를 넘어, 러시아의 영향권 유지, 우크라이나의 독립 보장, 미국의 중재를 통한 이익 추구가 얽혀 있는 다층적 갈등이다. 현재 판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전쟁의 종착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분명한 것은, 이 전쟁이 세 지도자 모두에게 정치적 생존을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젤렌스키에게는 불리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그의 저항이 결국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복잡한 삼자 구도 속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도 국제 질서를 흔들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