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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자산의 아이콘, 버핏의 은퇴선언

by 루트인포 2025.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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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퇴에 대한 담담한 반응과 그 이유

워렌 버핏의 은퇴 소식은 세계 금융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의미를 갖는 뉴스였지만,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의 반응은 놀람이나 걱정보다는 존경과 축하의 분위기였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이제는 쉴 때가 되었다”며 박수를 보내고, 그의 이후 삶을 응원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그의 나이—90대 중반에 이른 고령—를 고려하면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더불어 시장의 이러한 담담함은 그의 후계자로 내정된 그레그 아벨(Greg Abel)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이미 충분히 쌓여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벨은 2021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 내에서 점차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왔고, 버핏 자신도 공개적으로 그를 “내 철학과 방식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 평가했다. 이런 신뢰는 시장에 안도감을 주었고, 실제로 버핏의 은퇴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나 투자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

 

2. 버핏의 성공, 미국 경제사와 겹치다

워렌 버핏의 성공을 단순한 투자 성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그의 인생 자체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까지 미국 자본주의의 성장사와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절대 미국을 상대로 베팅하지 말라(Never bet against America)”는 신념을 가지고 일관되게 미국 경제의 회복력과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신뢰해 왔고, 그 결과물은 그의 수익률과 투자 성공으로 이어졌다.

버핏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나는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하며 미국에 대한 신뢰를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실제로 이후 10년간 미국 증시는 4배 이상 상승했다. 그의 이러한 신념은 단순한 애국심을 넘어서 장기적 투자자의 관점에서 본 철학적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미국 시장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 ‘제2의 버핏’은 없었다

워렌 버핏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닮고 싶은 사람이자 지침서 같은 존재였다. 세계 곳곳에서 ‘제2의 버핏’을 꿈꾸며 가치투자를 추구한 이들이 많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능가하거나 대체하지는 못했다. 이는 단순히 수익률이나 자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실행, 장기적인 신뢰, 윤리 의식까지 포괄한 ‘총체적 인격’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는 애초에 남다른 방식으로 투자에 접근했다. 숫자 감각이 뛰어난 그는 6세에 껌을 팔고, 11세에 첫 주식을 사들였으며, 20대 초반에 이미 17만 달러의 자산을 모은 ‘조기 자본가’였다. 그는 단순히 돈을 버는 데서 그치지 않고, 투자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바꾸려는 사색가이자 실천가였다.

 

4. 철학과 투자 사례로 증명된 위대함

버핏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수십 년간 일관되게 지켜왔다. 그의 방식은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 배운 ‘가치투자(Value Investing)’를 근간으로 하지만, 거기에 장기적 안목과 복리의 힘, 경영진에 대한 신뢰,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등 자신만의 원칙을 덧붙여 발전시킨 것이다.

그의 대표적 투자 사례들은 이 철학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 코카콜라(Coca-Cola): 전 세계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충성도를 고려해 블랙먼데이 직후 주가 하락 시기에 매입. 장기 보유로 엄청난 수익 실현.
  • 질레트(Gillette): 반복 구매가 가능한 제품 특성과 브랜드 파워에 주목.
  •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신뢰 위기 이후 저평가된 상황에서 과감히 매입, 브랜드의 회복력을 확신.
  • GEICO: 이해 가능한 사업 모델, 직판 방식의 독특함과 효율성에 주목.
  • 시즈 캔디(See’s Candies): 충성도 높은 고객층과 고수익 구조에 착안한 인수.

이처럼 그의 투자 성공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과 명확한 철학, 그리고 "내가 이 회사를 10년 후에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5. 단순함의 미학과 이해할 수 있는 사업

워렌 버핏은 투자에 있어서 ‘이해 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삼았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으며,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기술주나 혁신적 스타트업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찰리 멍거의 영향으로 애플 같은 기술주에도 투자하게 되었고, 그마저도 철저히 분석한 뒤, 애플이 IT 기업이 아닌 소비재 기업에 가깝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다.

그의 이 같은 원칙은 ‘과도한 단순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위험 회피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었음을 시간으로 증명해 왔다.

 

6. ‘돈’에 대한 철학: 수단으로서의 부

버핏은 단순히 부자가 되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 그는 늘 “돈은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녀들에게 자기 재산 대부분을 상속하지 않기로 했으며, 오히려 기부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왔다. 빌 게이츠와 함께 시작한 ‘기부 서약(The Giving Pledge)’을 통해 자신의 자산 99%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지금도 계속 이 약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버핏에게 있어 기부는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가치 있는 투자다. 그는 기부를 통해 사회 구조의 일부를 개선하거나,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는 것을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로 여긴다. 은퇴 후 그가 이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철학을 실현할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7. 그의 유산은 철학이다

버핏의 은퇴는 시대의 끝을 의미할 수는 있어도, 그의 영향력이 사라지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의 철학과 원칙을 오랫동안 서한과 주주총회, 인터뷰를 통해 끊임없이 나눠왔고, 이 철학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운영 시스템은 물론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의 가치 판단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그는 "복리는 제8의 불가사의다", "리스크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 생긴다", "성공이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등 많은 명언을 남기며, 돈, 사업, 인생 전반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을 함께 전해왔다. 이런 점에서 그는 단순한 ‘투자가’가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적 자본가로 볼 수 있다.

 

8. 마무리

워렌 버핏의 은퇴는 단순한 ‘한 사람의 퇴장’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거대한 철학이 일단락되고, 그 철학이 다음 세대로 이양되는 순간이다. 그가 남긴 것은 단지 부의 규모나 투자 수익률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삶의 방식, 그리고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의 틀이다.

그의 뒤를 이을 그레그 아벨,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경영진이 이 철학을 얼마나 충실히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갈지는 앞으로의 과제이자 시험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워렌 버핏이 세상에 남긴 정신은 그 어떤 주식보다도 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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