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란 단어가 일반화되면서 특정 문화나 현상이 다른 지역으로 전달되는 시간은 이제 실시간이라 불릴 정도로 체감상의 지연 없이 빨라졌다. 이는 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 경제영역, 국가의 재정 상태까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 있다면 모두 시간 지연 없이 공유되고 영향을 주고받게 되었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의 경제불황은 이제 특정 지역의 이슈가 아니라 글로벌 이슈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가장 강력하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온 미국경제의 “파산” 가능성의 이야기를 꽤 자주, 그리고 많은 근거를 통해 듣고 있다.
미국의 파산 가능성은 “부채한도"라는 용어와 함께 많이 들리는데, 먼저 이 부채한도를 알아보면, 이는 미국의 입법부가 허용하는 재무부의 “적자"를 설정하고 제한하는 것이다. 미국의 예산 심의는 두 번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행정부가 예산지출을 설정하고 집행한다면, 입법부는 행정부가 집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채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때 부채의 한도를 관리하면서 승인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부채가 발생한다고 판단되어 지면 입법부는 행정부의 부채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것이 미국의 파산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배경이 된 것이다. 행정부의 예산 가결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를 “셧다운", 입법부의 부채상한이 늘어나지 않게 되면 “디폴트" 가 발생하는 것인데, 두 가지 경우 모두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언급조차 되는 것만으로도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부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자면, 이른바 미국 국가부채 시계로 표현되는 금액은 3초마다 10만달러씩 늘어나고 있다고 표현한다. 한화로 1억1천만이 3초마다 늘어나고 1분에 22억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제, 정치적 문제로 인해 미국이 외채상환을 중단하게 된다면 엄청난 경제 붕괴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에 많은 음모론 또한 미국 부채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게 된 배경이 존재한다. 사실 이런 음모론의 원인은 정치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세금이다.
1990년대 빌 클린턴 집권 시기만 하더라도 흑자재정을 유지하던 미국이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정권의 감세정책, 여기에 미국 기업들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조세회피와 함께 노인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포퓰리즘 정책은 미국 정부의 세수 부족을 불러왔고, 여기에 9.11 테러로 인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은 미국재정에 큰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여기에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한다.
세금으로 시작된 문제는 세금을 걷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세금을 정부가 행하는 개인재산의 침해라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자국민들을 상대로 증세를 시도한다는 것은 결국 정치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은 오히려 미국 부채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음모론의 생성이 정치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그 현실성은 얼마나 될까?
경제학 교수인 니얼 퍼거슨 교수는 그 어떤 막강한 국가도 정부 부채 이자가 국방 예산보다 많아진다면 쇠락을 피할 수 없었다는 논리를 그동안의 강국이었던 스페인, 프랑스, 영국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2024년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은 국방예산을 0.1% 초과하게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부채로 인해 쇠락해 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 혹은 음모론이 될 수 있지만, 미국은 아직 가진 게 많은 국가인데, 선진국 중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최고라 불릴만한 교육기관과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는, 인재가 몰리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강한 군사력의 밑바탕이 되며, 많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기업들로 이어지며, 넓은 영토와 많은 자원은 미국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보이지 않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많은 강대국이 경제적 위기와 함께 패권국의 위치를 다른 국가에 넘겨주는 패턴이 존재해 왔다면, 미국은 경제적 위기보다는 대재앙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 더 빠를 것 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게 들리는 이유이다.
미국이 파산하기 전에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약한 국가들의 파산이 먼저 진행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던 미국 예산심의는 초당적 협력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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